‘플랫폼 격전지’ 된 K리커머스…高잠재력에도 ‘세금장벽’ 발목
- ksea202501
-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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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9월 29일
입력2025.09.22. 오전 6:02 김정유 기자
[부흥기 맞은 K리커머스]
22년만에 협회 출범시킨 리커머스 업계
플랫폼 통해 체계화, 네이버·무신사도 참전
역직구 활성화에 新수출창구 가능성 부각
“의제매입세액공제 필요” 산업계 공통 목소리
국회서도 법 발의 움직임 “생태계 키워야”
국내 리커머스(중고거래) 산업이 본격적인 부흥기를 맞았다. 전통적인 개인간 중고거래 개념을 초월해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주요 플랫폼들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최근엔 역직구 성장과 맞물려 새로운 수출 창구로까지 가능성을 인정받는 분위기다.
하지만 시장의 열띤 분위기와 달리 이 같은 ‘신(新)산업’을 뒷받침해 줄 정책적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리커머스가 온라인 수출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만큼 이제라도 의제매입세액공제 같은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년 만에 협회 출범, 격전지 된 리커머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번개장터, 마인이스(차란), 딜리버드코리아 등을 회원사로 둔 글로벌리커머스산업협회는 최근 국회·정부 대상 대관 활동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급부상 중인 리커머스를 산업으로 부각시키고, 관련 정책 지원을 확장하기 위한 시도다. 그간 산재돼 있던 리커머스 업계가 이처럼 협회를 만들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올 들어서다. 첫 중고거래 플랫폼 탄생 이후 약 22년 만이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003년 네이버카페 중고나라를 통한 개인간 거래로 본격 성장했다. 과거 오프라인 공간에서 진행되던 벼룩시장, 바자회를 온라인 공간으로 옮기면서 시장이 활성화됐다. 이후 2011년 번개장터, 2015년 당근마켓이 등장하며 중고거래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그 결과 리커머스는 전 국민(5100만명) 10명 중 4명(2264만명·와이즈앱 리테일 굿즈 기준)이 사용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후 중고거래 시장은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3대 플랫폼(당근·번개장터·중고나라) 중 매출액 기준 시장 1위는 당근(1891억원)이다. 지역사회 커뮤니티 기반으로 자리 잡으며 성공을 거뒀다. 이어 번개장터(매출 449억원), 중고나라(118억원) 순이다. 중고거래가 플랫폼으로 흡수된 후 카테고리와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더 큰 개념의 리커머스(리셀·리퍼비시 등 포함) 산업으로 발전했다는 평가다.
현재 리커머스 업계의 경쟁은 ‘사기 예방’ 등 소비자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돼 있다. 외부 기업을 인수하면서까지 검수 기술을 개발하는가 하면 결제 방식도 사기 방지를 위해 ‘안심결제’(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로 일원화하는 등 플랫폼 고도화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김주희 동덕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전문 플랫폼들의 고도화와 더불어 리커머스에 포함되는 ‘리셀’(Resell·희소성 있는 제품의 재판매) 등이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개성 표출과 투자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면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남이 쓰던 중고라는 개념이 아닌, 희소성 있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최근 유통시장내 하나의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기준 국내 리커머스 시장은 43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자원 선순환이라는 ESG 가치까지 더해지면서 최근엔 대형 플랫폼들까지 리커머스 시장을 기웃대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최근 자체 리커머스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를 론칭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스페인 최대 리커머스 플랫폼 ‘왈라팝’ 지분 70.5%를 6045억원에 인수하며, 총 100%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네이버는 기존에도 리셀 개념의 자회사 크림으로 리커머스 시장에 발을 들여왔는데, 이번엔 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수출 잠재력 큰데…“세금장벽 허물어야” 한 목소리
리커머스 산업은 역직구 활성화와 맞물려 새로운 수출 창구로의 잠재력도 갖고 있다. 특히 최근 K팝은 물론 ‘케이팝 데몬 헌터즈’ 등의 콘텐츠 열풍으로 굿즈, 패션, 전자기기 등 K중고품의 카테고리가 빠르게 확장 중이다. 중고 수출입에 대한 통계치가 명확히 집계되지 않아 전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긴 힘들지만, 최근 주요 플랫폼의 해외 거래 신장률 등을 감안하면 잠재성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번개장터의 해외 중고 역직구 플랫폼 ‘글로벌 번장’.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즈’의 마스코트인 ‘더피’ 상품들이 많이 게재돼 있다. (사진=글로벌 번장 캡쳐) |
글로벌리커머스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역직구 플랫폼 딜리버드코리아의 올해 거래품목 중 리커머스 비중은 30%까지 올랐고,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1분기 기준 리커머스 비중은 40%에 달했다. 번개장터의 상반기 기준 글로벌 거래액도 전년 동기대비 333% 뛰었다.
이 같은 흐름에 국회에서도 산업 진흥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과 신영대 민주당 의원이 지난 5, 6월 의제매입세액공제를 중고품 전체로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의제매입세액공제는 세금계산서가 없는 거래에서 사업자가 물건을 매입한 경우에도 부가세를 공제해 주는 제도다.
중고거래 특성상 세금계산서를 받지 못하는 개인·비사업자와의 거래가 많아 중고 사업자는 매입세액을 증빙하기 어렵고 공제도 받지 못한다. 이미 일반 소비자가 새 제품 구매시 부가세를 낸 상태지만, 중고거래 과정에서 또다시 부가세가 이중으로 징수(중고 사업자 대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예외적으로 중고차와 재활용폐자원에만 의제매입세액공제가 적용되는데, 이를 리커머스 전반에 확대한다면 산업을 더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도 리커머스 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세제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중고 사업자들의 세 부담 완화 정책(해외 수출시 소비세 면세 및 마진과세제도)을 도입했고, 호주·뉴질랜드·스위스 등은 중고품 전반에 세액 공제를 적용 중이다.
서희열 한국조세법학회 이사장(강남대 명예교수)은 “2010년 법 개정으로 기존 중고품 전반에 적용되던 의제매입세액공제 품목이 대폭 축소됐는데, 이는 순환경제를 장려하는 국제적 조세정책 흐름과 상반된 조치”라며 “새 정부에선 리커머스 산업의 수출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서라도 의제매입세액공제 확대 도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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