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역직구 활성화, 정답은 리커머스다
- ksea202501
-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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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8.27. 오전 12:13 김민서 서울여대 교양대학 교수
쿠팡의 나스닥시장 상장 당시 많은 이들은 ‘적자 구조를 버틸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불과 몇 해 만에 e커머스 배송 차량이 골목을 누비는 모습은 일상이 됐다. 온라인 플랫폼이 전통 유통채널을 빠르게 대체하며 산업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소비층의 세대교체나 채널 확장의 결과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지속 가능성과 글로벌 연결성을 축으로 한 유통산업의 구조적 전환이 있다.
이제 신제품 중심의 e커머스에서 벗어나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과 ‘환경적 가치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 관점에서 주목받는 것이 ‘리커머스(re-commerce)’, 즉 중고 거래의 산업화다. 과거 ‘절약의 수단’으로 여겨지던 중고 시장은 번개장터, 당근마켓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 성장과 함께 43조원 규모의 신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더 주목할 점은 이제 리커머스가 국내 유통을 넘어 ‘글로벌 수출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4년 국내 중고차 수출액은 47억달러를 돌파했다. K팝 스타의 한정판 굿즈가 국내 중고 플랫폼을 통해 세계 팬에게 직배송되는 사례도 보편화됐다. ‘글로벌 역직구 리커머스’라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문화와 제품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중고 거래와 결합하면서 ‘K리커머스’의 수출 잠재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리커머스 산업의 시장 확장성과 서비스 혁신성은 과거 아마존과 이베이가 이끈 글로벌 플랫폼 혁신에 견줄 만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 리커머스 생태계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할 차세대 유니콘 플랫폼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 산업의 성장 배경에는 ‘환경’이라는 시대적 과제도 있다. RE100과 순환경제 전환정책 등 세계적인 친환경 전략과 맞물려 쓰임을 다한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리커머스 산업을 키울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리커머스는 탄소 저감과 자원 순환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 한 번 소비된 물건이 다시 경제적,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는 국가 경제와 환경 모두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법, 제도적 한계가 발목을 잡는다. 부가가치세 이중과세, 중소 플랫폼 기업 지원 부족, 거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인증 및 검증 체계 미비 등은 산업 성장의 걸림돌이다. 정부와 국회가 중고 거래 시장의 투명성과 안전성 강화를 위해 논의를 확대하고 있지만, 산업 전반의 성장 전략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보다 종합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대통령실이 글로벌 역직구 시장을 새로운 수출 전략의 한 축으로 규정하고 지원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지금이야말로 정부, 국회, 산업계가 힘을 모아 제도와 정책을 과감히 혁신할 때다. 머지않아 K글로벌 리커머스 플랫폼이 세계 무대에서 새로운 성취를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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